• 최종편집 2024-03-28(목)
 

이자람 & 우싱궈
동작에 의미를 담는 경극에 창극 기반의 판소리를 결합
'패왕별희' 4월 5일 개막



"'경극 중의 경극'을 창극으로 만든다니, 연출인 저 역시도 '과연 될까' 싶었죠. 그런데 이 감독이 판소리 버전으로 만든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으니' 대목을 듣자마자 걱정이 싹 사라졌어요. 평생 경극을 해온 제게도 무척 특별한 울림을 줬으니까요."


4월 5일 개막하는 국립창극단 신작 '패왕별희' 연출을 맡은 대만 배우 겸 연출가 우싱궈(吳興國·66)의 말에 음악감독을 맡은 소리꾼 이자람(40)이 싱긋 웃었다. "저는 연출님 눈만 보고도 이번 작업에 확신을 가졌는걸요. 첫 회의 때만 해도 '큰일 났다' 싶었는데, 연출님을 처음 마주 보고 '이런 눈빛을 가진 사람이면 믿을 수 있겠다' 했지요."


4월 5일~14일 서울 국립극장 '패왕별희' 공연정보 보기


춘추전국시대 초한 전쟁을 배경으로 초패왕 항우와 한황제 유방의 대결, 항우와 연인 우희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가 펼쳐지는 '패왕별희'는 중국의 대표적인 경극 레퍼토리다. 창극으로 재탄생한 이번 '패왕별희'는 배우의 동작 하나하나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경극의 시각적 요소들과 창극의 기반인 판소리를 결합하는 시도로 기대를 모은다. 경극풍 의상을 입은 배우의 입에서 구성진 판소리가 흘러나오는 식이다.


우싱궈를 비롯한 대만 경극 전문가들이 극본·안무·의상 등 외형을 만들고, 이자람은 적벽가·수궁가 등 판소리 5바탕을 기반으로 한 작창과 작곡으로 작품의 내면을 채운다. '창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 12월부터 함께 작업해온 두 사람은 "작업을 하면 할수록 서로의 전통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판소리의 생명력, 용감한 민족성이 느껴지는 웅장함에 매번 감동을 느낀다."(우싱궈) "경극은 마치 평양냉면 같다. 처음엔 매력을 알기 어렵지만 알면 알수록 그 맛에 빠져든다."(이자람)


우싱궈와 이자람은 어릴 적부터 전통을 수련해왔지만, 누구보다도 전통의 변화에 앞장서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열한 살 때부터 경극 연기를 배운 우싱궈는 1986년 대만당대전기극장을 창설해 그리스 비극과 셰익스피어, 카프카 등 서양 문학을 경극으로 재탄생시켰다. 한때 '전통을 해친다'며 스승에게 파문당하고 경극계의 외면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중화권을 대표하는 경극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여덟 살 때 판소리에 입문해 소리 신동으로 불린 이자람 역시 브레히트의 희곡과 마르케스의 단편 등 서양 작품을 창극으로 만든 '사천가' '이방인의 노래' 등으로 주목받았다. "창극을 이해하기 위해 이 감독의 작품을 찾아봤고, 우리가 매우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는 걸 알게 됐어요. 무척 행운이죠."(우싱궈) "우 연출의 이력을 듣고 '무척 외로웠겠다'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게 정말 녹록지 않은 일이거든요."(이자람) 말끝에 두 사람은 서로의 어깨를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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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별희를 판소리로? 韓中 전통, 서로 통하네요 - 이자람 & 우싱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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