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시인의 시 '씻김굿'에 슬기둥의 故 이준호 님이 최고의 선율을 얹었다.
편히 가라네 날더러 편히 가라네
꺾인 목 잘린 팔다리 끌어안고
밤도 낮도 없는 저승길 천리만리
편히 가라네 날더러 편히 가라네
잠들라네 날더러 고이 잠들라네
보리밭 풀밭 모래밭에 엎드려
피멍든 두 눈 억겁년 뜨지말고
잠들라네 날더러 고이 잠들라네
잡으라네 갈가리 찢긴 이 손으로
피묻은 저 손 따뜻이 잡으라네
햇빛 밝게 빛나고 새들 지저귀는
바람 다스운 새날 왔으니
잡으라네 찢긴 이 손으로 잡으라네
꺾인 목 잘린 팔다리로는 나는 못가
피멍든 두 눈 고이는 못감아
이 찢긴 손으로는 못잡아
피묻은 저 손을 나는 못잡아
되돌아왔네 피멍든 눈 부릅뜨고 되돌아왔네
꺾인 목 잘린 팔다리 끌어안고
하늘에 된서리 내리라 부득 이빨 갈면서
이 갈가리 찢긴 손으로는 못잡아
피묻은 저 손 나는 못잡아
골목길 장바닥 공장마당 도선장에
줄기찬 먹구름 되어 되돌아왔네
사나운 아우성 되어 되돌아왔네